경희일리한의원

칼럼/오해와 진실

오해와 진실

MRI·X-ray에 안 나오면 이상 없는 걸까요?

경희일리한의원2026.09.08

들어가며

"원장님, MRI 찍어봤는데 허리에 디스크가 있대요. 근데 저는 허리는 안 아프고 목이 항상 아픈데 왜 그렇죠?"

또는 반대로,

"MRI 찍었는데 별 이상 없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저는 몇 달째 계속 아파요."

진료실에서 정말 자주 듣는 두 가지 이야기입니다. 영상 검사 소견과 환자가 실제로 느끼는 통증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임상에서 예외가 아니라 오히려 흔한 일에 가깝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MRI를 비롯한 영상 검사가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보여주지 못하는지, 그리고 그 간극을 한의학적으로 어떻게 메울 수 있는지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MRI는 '구조'를 찍는 검사입니다

MRI, CT, 초음파 같은 영상 검사는 뼈, 디스크, 인대, 힘줄, 연골 같은 조직의 '형태'를 보여주는 검사입니다. 어디가 눌리고, 어디가 찢어지고, 어디가 부었는지를 정지된 한 장의 이미지로 포착합니다.

문제는 통증이라는 현상이 조직의 형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통증은 말초 조직에서 올라온 신호를 뇌와 척수가 해석하고 증폭하거나 억제하는 복합적인 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같은 크기의 디스크 탈출이라도 어떤 사람은 극심한 통증을 겪고, 어떤 사람은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영상은 '무엇이 눌려 있는가'를 보여줄 뿐, '왜 이렇게 아픈가'까지는 설명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증이 없는 사람들의 몸속에도 '병변'은 있습니다

이 간극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무증상군, 즉 통증이 전혀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영상 검사 연구들입니다.

요추 디스크의 경우, 2015년 미국신경방사선학회지(AJNR)에 발표된 대규모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허리 통증이 전혀 없는 사람들 3,110명의 영상 소견을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영상에서 확인되는 척추 퇴행성 변화는 나이가 들수록 통증이 없는 사람들에게서도 높은 비율로 발견되었고, 많은 영상 소견들이 정상적인 노화 과정의 일부일 뿐 통증과는 무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20대의 37%, 80대의 96%에서 디스크 퇴행 소견이 확인되었고, 디스크가 밀려나온 팽윤(bulge) 소견 역시 20대의 30%, 80대의 84%에서 나타났습니다. 통증이 단 한 번도 없었던 사람들의 몸속에서도 말입니다.

어깨도 마찬가지입니다. 1999년 미국 어깨팔꿈치외과학회지(Journal of Shoulder and Elbow Surgery)에 실린 연구에서는 통증이 없는 411명의 어깨를 초음파로 검사했는데, 50대에서 13%, 70대에서 31%, 80대 이상에서는 절반이 넘는 51%에서 회전근개 파열이 확인되었습니다. 2009년 영국 정형외과학회지(Journal of Bone and Joint Surgery, British volume)의 후속 연구에서도 통증 없는 420명 중 70대에서 15%가 완전 파열 소견을 보였습니다. 회전근개가 찢어져 있어도 통증이 없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무릎도 다르지 않습니다. 2008년 미국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프레이밍햄 코호트 연구는 50~90세 성인 991명의 무릎을 MRI로 검사했는데, 반월판(무릎 연골판) 파열 또는 손상 소견이 여성 50대의 19%부터 남성 70~90대의 56%까지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반월판 파열이 있던 사람들 중 61%는 최근 한 달간 무릎 통증이나 뻣뻣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정리하면, 디스크 탈출, 회전근개 파열, 반월판 손상 모두 '통증이 있는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축적되는 구조적 변화의 일부이며, 오히려 통증이 없는 사람들에게서도 상당히 흔하게 발견됩니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은 아프고, 어떤 사람은 안 아플까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통증에 대한 생물심리사회모델입니다. 통증은 단순히 '조직 손상 = 통증 강도'로 환산되는 일차방정식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해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입니다.

첫째는 조직 자체의 상태입니다. 실제 염증이나 손상의 정도, 국소 순환 상태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둘째는 신경계의 민감도입니다. 같은 자극이라도 척수와 뇌가 그 신호를 얼마나 증폭해서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체감하는 통증의 크기가 달라집니다. 만성 통증 환자에게서 자주 관찰되는 '중추 감작(central sensitization)' 현상이 대표적입니다. 통증을 오래 겪을수록 신경계 자체가 통증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재조정되어, 작은 자극에도 큰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셋째는 전신 상태입니다. 수면의 질, 피로 누적, 스트레스, 불안감, 자율신경의 균형 등은 모두 같은 조직 손상에 대한 통증 체감도를 바꿉니다. 잠을 못 자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평소보다 몸 여기저기가 더 쑤시는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즉 영상에 찍힌 '병변'은 통증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 전부가 아닙니다. 그래서 병변의 크기와 통증의 강도가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실제 임상에서는 오히려 더 흔합니다.

그렇다면 영상 검사는 무의미한가 — 표준치료의 맹점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영상 검사가 무의미하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골절, 종양, 감염, 마비를 동반하는 심한 신경 압박 등 소위 '레드 플래그(red flag)'로 불리는 위험 신호가 의심될 때, 영상 검사는 반드시 필요하고 생명과 직결될 수도 있는 필수적인 진단 도구입니다. 저 역시 진료 중 이러한 신호가 의심되면 지체 없이 상급 병원 영상 검사와 협진을 권합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표준치료 현장에서는 종종 '영상에서 확인된 병변 = 통증의 원인'이라는 단순한 등식으로 설명이 이어지고, 이 병변을 제거하거나 교정하는 것을 치료의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무증상군 연구들이 보여주듯, 영상 속 병변이 반드시 지금 겪고 있는 통증의 진짜 원인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과잉 진단과 과잉 시술입니다. 원래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였을 수 있는 소견을 '통증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이를 근거로 불필요한 시술이나 수술로 이어지는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정반대의 문제로, 영상에서 '별 이상 없음'이라는 소견을 받은 환자가 실제로는 계속 통증을 겪으면서도 "검사상 이상이 없으니 심리적인 문제 아니냐"는 식의 설명을 듣고 방치되는 경우입니다. 영상에 잡히지 않는 근막의 긴장, 순환 장애, 자율신경 불균형, 미세한 기능 이상은 여전히 실재하는 통증의 원인일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 두 가지 맹점 모두, 영상 소견 하나만으로 통증의 전체를 설명하려는 데서 비롯됩니다.

한의학적 관점 — 병변보다 '왜 이 상태가 되었는가'를 봅니다

한의학은 애초에 통증을 국소 병변 하나로 환원해서 보지 않습니다. 같은 부위의 통증이라도 그 사람의 기혈 순환 상태, 담음(痰飮, 체내 노폐물의 정체)이나 어혈(瘀血, 정체된 혈액)의 유무, 근육과 인대를 둘러싼 조직의 긴장도, 전신 컨디션까지 함께 살펴 변증(辨證)을 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무릎 통증'이라도, 손발이 차고 순환이 정체된 상태에서 온 무릎 통증과, 오래된 염증성 부종이 반복되며 생긴 무릎 통증은 접근 방식이 달라집니다. 영상에서 보이는 반월판 손상 정도가 비슷하더라도, 실제 그 무릎을 둘러싼 순환과 조직 상태, 그리고 통증을 증폭시키는 전신 요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앞서 살펴본 생물심리사회모델과도 상당 부분 맞닿아 있습니다. 영상 속 구조적 병변 하나에 집중하기보다, 그 병변을 둘러싼 순환·염증·기능 상태 전체를 통증의 원인으로 보고 접근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침구 치료로 국소 순환을 개선하고 과긴장된 근육과 신경의 민감도를 낮추며, 추나요법으로 틀어진 구조를 교정해 특정 부위에 집중되는 부하를 분산시키고, 한약으로는 순환 정체나 담음, 어혈 등 통증을 지속시키는 전신적 요인을 함께 개선합니다. 단순히 병변 부위 하나만을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그 병변이 통증으로 발현되는 전체 과정에 여러 지점에서 개입하는 방식입니다.

마치며

MRI에서 디스크가 튀어나왔다는 소견을 받으셨다면, 혹은 반대로 아무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으셨다면, 그 결과지 한 장이 통증의 전부를 설명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영상 소견은 몸 상태를 이해하는 중요한 퍼즐 조각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 조각을 어떻게 해석하고, 실제 통증과 어떻게 연결하며,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결국 임상의의 역할입니다.

영상에 찍힌 병변 하나에 매몰되기보다, 왜 지금 이 통증이 이 정도로 느껴지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피는 것. 그것이 저희가 진료실에서 늘 지키고자 하는 원칙입니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증상에 대한 진단이나 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정확한 진단은 방문 진료를 통해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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